2012년 옥스퍼드대 출판사 선정 ‘올해의 단어’인 ‘omnishambles(총체적 난국)’처럼 2014년의 대한민국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또 있을까? 그 수준과 내용만 달랐지, 언제나 분노와 낙담을 안겨주었던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만행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간 국민들에게 큰 위로와 자긍심을 안겨주었던 문화계에서도 사건∙사고들이 연달았다. 그 중 대미를 장식한 것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대표의 직원들을 향한 폭언 파문. 특급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한 여성 리더의 무지막지한 언행과 적반하장 격의 대응 방식을 접한 뒤 복잡해진 머리 한 켠으로 오래 전에 감상했던 이스라엘 영화 이 떠올랐다. 어느 악단의 예기지 못한 조용한 방문 이스라엘 출신인 에란 콜리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은 2007..
2014년, 한가위를 전후로 한 국내 극장가의 성수기 흥행전은 영화 그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우선 1,760만 관객(10월 1일 기준)을 동원하며 최고 흥행 기록을 갱신한 을 비롯하여 (860만), (477만), (390만) 등 한국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쟁쟁한 한국 영화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울려 퍼진 위로와 희망의 노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치열한 흥행 전쟁 틈바구니에 놓인 예술영화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2006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존 카니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음악영화 마니아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의 8월 국내 개봉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연극인 및 관객 대상 설문 진행 및 분석 담당으로 참여한 공유합니다. 첨부파일 및 하단의 보도자료를 참고하세요. 끝. 결과 발표 "대학로 시장 규모 확대되고 상업성 증가” - 서울문화재단,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실시 - 2012년 한해 동안 작품, 공연장, 종사자, 관객 대상 5개 항목 조사 - 대학로 연극 및 뮤지컬 시장 2010년 대비 약144억원 증가 483억원 규모 - 시장규모(42.6% 증가), 공연장수(19.6% 증가), 작품수(28.6% 증가), 관객수(46.5% 증가), 객석점유율(9.2% 증가) 등 모든 지표에서 큰 폭 증가세 - 상업성은 높아지고, 실험성과 다양성은 낮아진 것으로 평가 서울문화재단(대표 조선희) 서울연극센터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연예술 중심지인..
그 어느 때보다 비참했던 2014년의 봄, 그리고 대한민국.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와 언론을 향한 질타가 점점 더 거세지던 즈음, SNS 상에서 한 동영상 클립이 사람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미국 드라마 속 가상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담은 이 동영상은 진정한 언론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갈급함을 더했다. ‘미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불허전으로 인정 받는 이 국내에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사연이다. , 진정한 언론을 향한 여정은 아론 소킨(Aaron Sorkin)과 HBO(Home Box Office)의 합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의 총연출과 각본을 맡은 아론 소킨은 31살에 영화 의 작가로 할리우드에 데뷔..
도전은 값진 성공을 통해서 빛나기도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이는 별이다. 그러나 도전이 더 놀랍게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순간은 우리들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멋진 길로 안내할 때이다. 우리는 이것을 도전의 외부효과* 라 부른다. 의 끝없는 도전과 모험의 결과들 , , 와 같이 고정된 형식의 장수 프로그램들과 새로운 유행을 따라 1년이 멀다 하고 개편되는 흥행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양분하고 있는 대한민국 예능 방송계에서 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어떤 힘이 지금의 을 이끌어 냈을까? 대한민국 예능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서 이들이 수년 간 보여준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도전들이라 대답한다면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하리라. 은 다양한 측면에서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대부분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에서) 꽃이 되고 싶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 여기 한 뚱뚱한 소녀가 있다. 나이는 16살. 할렘에 거주. 이름은 프레셔스 (Precious). 이름과 다르게 엄마로부터 갖은 학대와 멸시를 당하는 소녀.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한 것이 이번이 두 번째. 글을 제대로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이 소녀는 임신 사실이 탄로나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너무나도 절망적이고 적나라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 영화 는 오프라 윈프리가 투자하고 머라이어 캐리, 레니 크레비츠 등의 유명 뮤지션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배우들의 실..
* 본 칼럼은 2013년 10월 1일 KAIST 경영대학에서 진행된 신의항 교수(서울대)의 강연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행복’ 과잉 한국 사회, 그리고 불행한 청소년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행복’만큼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또 있을까?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기업의 광고 문구에서, 그리고 대통령의 연설문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행복’이다. 문제는 한 사회에서 어떤 ‘단어’가 비정상적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것이 그 ‘단어’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적으로 최상위권 수준에 속하지만 이들의 행복도는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OECD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왜 불..
우리가 여러 장르 속에서 조우하는 노인 캐릭터의 전형은 크게 양극단의 두 부류로 구분된다. 지혜의 상징이거나 유치함의 보루이거나. 그러니 우리들이 주변에서 마주치는 노인들, 그리고 그들을 모티브로 하는 캐릭터들은 지혜와 유치함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서성이고 있을 터이다. 기나긴 인생의 여정을 통해 삶의 지혜에 다다른 누군가의 한 손에 커다란 막대사탕이 들려있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그들이 지닌 매력 아닐까? 우리들이 에 미소 짓고 을 보며 감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배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 공중파 출신의 스타 PD가 기획한 (평균 나이 76세) 노(老)배우들의 해외배낭여행기라는 컨셉만으로도 방송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던 는 여러 측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케이블 채널 ..
ⓒ Guardian News and Media Limited 역에서 승객들이 기차에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평평한 장소. 이제는 우리 주위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 용어들 중 하나가 된 ‘플랫폼’의 고향은 기차역이다. 각종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콘텐츠들이 제작, 유통, 소비되고 수많은 사용자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이 시대의 다양한 플랫폼들을 떠올려보면 기차역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던 이 단어를 선택한 누군가의 혜안이 신기할 따름이다. 플랫폼의 확장과 양면 플랫폼의 재발견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자들 간의 교류와 거래가 이루어지는 물리적 또는 가상적 장소를 이르는 용어로 사용되던 플랫폼은 IT 기술의 발달로 그 범주가 크게 확장되기 시작한다. 컴퓨팅 환경 하에서는 응용 프로그램이 실..
© Time Inc.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이한 행적을 보인 작곡가들이나 연주자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매월 교회로부터 받았던 월급봉투를 버리지 않고 보관한 꼼꼼한 성격의 바흐, 레슨 중에 제자의 어깨를 물어 뜯은 성질 급한 베토벤, 스승의 애인과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인 바그너 등등. 그리고 20세기의 아티스트 중 단연 돋보이는 ‘기인’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바로 글렌 굴드(Glenn Gould, 1932-1982)다. 글렌 굴드, 기행의 아이콘 글렌 굴드는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로서 온갖 기행으로 점철된 50년의 일생을 살았다. 1955년, 미국 뉴욕에서 가진 데뷔 연주회를 통해 CBS와 녹음 계약을 맺은 그는 같은 해 6월, 그의 첫번째 음반이자 전설로 남게 되는 바흐의 을 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