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도전의 무한한 외부효과에 대하여

도전은 값진 성공을 통해서 빛나기도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이는 별이다. 그러나 도전이 더 놀랍게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순간은 우리들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멋진 길로 안내할 때이다. 우리는 이것을 도전의 외부효과* 라 부른다.

<무한도전>의 끝없는 도전과 모험의 결과들                                                                                               

<전국노래자랑>, <생방송 연예가중계>, <열린 음악회>와 같이 고정된 형식의 장수 프로그램들과 새로운 유행을 따라 1년이 멀다 하고 개편되는 흥행 중심의 프로그램들이 양분하고 있는 대한민국 예능 방송계에서 <무한도전>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어떤 힘이 지금의 <무한도전>을 이끌어 냈을까? 대한민국 예능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서 이들이 수년 간 보여준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도전들이라 대답한다면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하리라.   

<무한도전>은 다양한 측면에서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정해진 포맷을 유지한 채 세부적인 수정을 통해 내용과 형식을 개선해 나가는 ‘안정적인’ 방식을 선택해 왔다면 이들은 고유의 캐릭터를 지닌 출연진들만 고정한 상태에서 매 편 연결 고리가 없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모험을 감수했다. 매 에피소드마다 차별화된 재미와 의미를 주기 위해 ‘에피소드마다 결과물의 편차가 심한’ 리스크를 껴안은 것이다. 결국 이 모험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각종 ‘최초’ 타이틀 (최초의 가요제, 최초의 추격전, 최초의 중장기 프로젝트, 최초의 달력 제작 등)을 휩쓸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누적된 ‘최초’의 과정과 결과물들은 이들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데에 든든한 발판이 되고 있다.

<무한도전>의 긍정적 외부효과가 세상을 움직이는 방식                                                                                 

<무한도전>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활용은 이들의 또 다른 도전적 면모를 드러낸다. 경쟁 프로그램들이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느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하거나 사회적 의미만을 좇으면서 진지함에 매몰되는 사이, <무한도전>은 사회적 이슈들을 자신들의 도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세련됨을 보여주었다. 이 부분이 바로 <무한도전>의 긍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봅슬레이나 레슬링, 그리고 조정 프로젝트와 같은 스포츠 종목 에피소드의 경우, 일차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멤버들이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가운데 발생하는 재미와 감동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에게 해당 비인기 종목이 처한 현실과 그 처우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외부효과가 존재한다. 1일 택시기사가 되어 할당된 사납금 10만원을 채우는 미션을 수행한 “멋진 하루” 에피소드는 멤버들과 시민들 사이의 인간적인 교감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불합리한 택시 운전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의식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누리꾼들의 추리에 의해 그 내막이 공개된 “스피드특집”은 추격전 미션 진행에 주어진 단서들이 모두 독도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해당 이슈에 대한 창조적인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며 큰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외부효과들이 누적되면서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사회적 파급력을 지닌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을 지니게 되었다.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 프로젝트라는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의 스토리처럼 무모해 보이는 도전들이 영향력 있는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사례는 다양한 분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영화 <콘택트>**로 우리에게 알려진 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는 전파 망원경에 잡힌 우주의 각종 전파 신호 속에서 특정한 반복 패턴을 보이는, 즉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전파 신호의 발견을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는 민간 중심의 연구 프로젝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소수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 프로젝트는 1999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PC를 전파 신호 분석에 활용하는 SETI@home 프로젝트***가 소개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현재까지 해당 프로젝트에 등록한 네티즌 수는 전 세계 14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14만 명이 이 작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4년 3월 기준)

1960년에 시작되어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진행된 이 무모한 도전은 아직까지는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그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인류 발전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선사하는 것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또 다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SETI 이후 이를 벤치마킹한 프로젝트가 수학, 의학, 기후학, 천체물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 소개되었으며 SETI@home을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분산 컴퓨팅 프로그램은 타 분산 컴퓨팅 프로젝트에게 제공되어 다양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2014년 기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분산 컴퓨팅 프로젝트는 70개에 이른다.) 아직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무모한 도전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멋진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전의 외부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MIT 미디어랩****                                                                             

“꿈의 연구소”라 불리며 융합을 통한 창조적 혁신을 통해 웨어러블 컴퓨터 Wearable computer, 전자잉크 e-ink, 기타 히어로 Guitar Hero 와 같은 멋진 기술과 창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MIT 미디어랩은 도전의 외부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연구 집단으로 1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과 단체들이 이들의 도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그 결과물과 그로 인한 파급효과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미디어랩의 연구자들은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로 구분되는 기존의 연구 관행을 파괴하며 하나의 분명한 목적 의식을 지닌 도전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계획된 우연적 발견’의 과정을 추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유아의 언어 습득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한 오디오 비디오 홈 레코딩 시스템인 스피촘 Speeachome이 은행 점포의 직원과 고객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에 활용되고 자폐아 등의 발달 장애아들의 치료 기술에 적용되리라고는 연구자 자신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또 새로운 형식의 악기 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하이퍼첼로 Hypercello에 장착된 각종 센서들이 몸집이 작은 어른이나 어린이를 위한 자동차 에어백 장치 감지 시스템 개발이나 의료 연구를 위한 무선 보행 분석 장비, 야구팀 선수들의 동작 분석에 활용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규칙에 대한 억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환경을 추구하는 미디어랩에서는 이러한 ‘도전의 외부효과’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도전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꿈꾸는 기업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확실히 0이다.”라는 격언은 SETI 연구진들이 진리처럼 받드는 그들의 신조다. 수많은 기업들도 도전과 혁신을 외치며 겉포장은 그럴듯하게 꾸미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확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신조에 취해 있는 듯 하다. 도전을 장려하지만 엄격한 성과 관리도 함께 독려하며 새로운 시도에 주는 높은 평가보다는 새로운 실패에 주는 박한 평가가 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는 어떠한 도전의 향기도, 따라서 어떠한 도전의 외부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기업들이 <무한도전>의 파격적인 도전에서 SETI 프로젝트의 무모한 도전에서, 또 미디어랩의 자유로운 도전에서 새로운 도전의 자극을 받아 무한한 도전의 외부효과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끝.

 

* 외부효과란 한 경제주체의 활동이 시장 거래를 거치지 않고 다른 경제주체에게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이르는 경제학 개념 

**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함

*** 네티즌들이 이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소프트웨어를 받아 PC에 설치하면 PC의 유휴 시간에 자동으로 분석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보처리 용량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한데, 전 세계의 PC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MIT 미디어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프랭크 모스 지음)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