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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들

가장이 된다는 것

Sunghan Ryu 2011. 1. 11. 22:59

지난 몇 일 간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다. 아내가 중국 출장을 가 있는 동안 딸 아이의 모세기관지염이 악화되어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출장에서 돌아온 아내는 딸 아이의 간병을 하다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엉망이 되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를 뒷차가 들이받는 바람에 그 후유증으로 아예 몸져 누워버리고 말았다. 나는 딸 아이 간병하랴 아내 상태 체크하랴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다행히 양가 가족들의 도움이 있어 폭풍같은 나흘이 지나갔고 딸 아이는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을 했고, 아내도 깨끗하게 낫지는 않았지만 거동을 할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가족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내 맡은 역할을 감당하고 나니, 이제서야 비로소 진정한 가장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결혼한지는 햇수로 3년차가 되었는데, 이제서야 가장으로서의 자각을 하게되었으니,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easy going하고 있었는지 반증하게 된 셈이다.


학생 남편으로서 가정 경제를 내가 온전하게 책임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연하 남편으로서 많은 부분에 있어 아내에게 상당한 심적, 정신적 부담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은 온전히 경제력이나 언행 그 자체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이 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지민이에게 아침을 먹이고 다시 재운 뒤에 창밖으로 보이는 아차산을 바라보았다. 창 아래쪽으로는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 옆의 건물들도 시간이 흐르면 그 색이 바래지거나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저 산만은 언제나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도 저 산처럼 우리 가족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가장이 되자고 다짐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그리고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가정을 이룬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한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유익이 내 삶에 흐르고 넘치고 있다. 작고 작은 깨달음들이 모여서 나를 더 멋진 남자, 더 멋진 남편, 더 멋진 아빠로 만들어 줄 것을 확신한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통한 가장 큰 깨달음!


가장은 절대로 아프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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