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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 월드비전에서 보내온 소식지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세상에는 아직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구나, 혼자 슬며시 웃으며 내뱉었다. 온갖 세상의 더러운 것들과 부조리의 향연에 진절머리가 나던 참이었다. 사람들은 왜 이리도 이기적인건지, 세상은 왜 이리도 무정한 것인지 아주 많이 화가 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선한 이웃들은 언제나 조용한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쁜 악당들은 언제나 조용한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쁜 짓을 하고서는 활짝 열린 곳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쳐다보라고 외친 뒤에나 생색을 내고 있지만 말이다.


왜 세상은 점점 더 탐욕스러워지는걸까? 먹고 살기에 충분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왜 더 많이 가지지 못해서 안달이 난걸까? 충분히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왜 더 높이 오르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는걸까? 충분히 배가 부를 것 같은데도 왜 멈추지 못하고 꾸역꾸역 입에다 음식을 처넣는 걸까? 이것이 시스템의 문제인지, 인간 본성의 문제인지, 아님 이 둘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거대한 세상이 점점 악취가 진동하는 똥통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위로부터 흘러내리는 온갖 배설물들이 줄기에 줄기를 이루어 땅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것이 너무 오래되다 보니 이것이 똥냄새인지 알아채리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 이 똥같은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세상에 따뜻한 불씨는 남아있는걸까? 위에서 내리는 배설물들을 활활 태워버리고 세상을 더욱더 살만하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불씨는 어디에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본다. 옷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냄새나는 것들이 내 몸을 덮고 있다. 피할 수가 없었던 걸까, 아님 피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걸까? 체념하려던 순간 왼쪽 바지 주머니에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급하게 손을 넣어 꺼내어 보니 그것은 작은 성냥갑 하나. 떨어지는 배설물들을 피해 아직은 푸른빛을 발하고 있는 나무 한그루 밑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떨리는 손으로 성냥 한개비를 꺼내어 불을 붙인다. 비틀비틀거리며 금방이라도 꺼질듯이 흔들리다가 이내 중심을 잡고 빠알간 불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 누군가는 나와 같은 성냥을 들고, 누군가는 초를 들고, 누군가는 횃불을 들고서 나무 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작지만 큰 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작은 불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내리는 배설물들은 더 거세지기 시작했지만, 이제 곧 이 작은 불씨들이 모여 그것들을 태우기 시작할 것이다.


너희는 스스로 씻으며 스스로 깨끗하게 하며 내 목전에서 너희 악한 행실을 버리며 행악을 그치고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 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 [이사야 1: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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