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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세상을 (사소하게는 당신의 인생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생각해보자. 문제는 당신에게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만한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선뜻 내줄 부유한 가족들이나 부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은 어수룩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가슴이 막막해지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꽃 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단비를 내려줄 마지막 카드가 남아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디바이스와 연동이 가능한 새로운 차원의 손목시계 개발에 매진하던 Allerta는 제도권 금융과 벤처 캐피탈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마지막 카드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 (Kicstater)를 통해 개발비와 제작비를 모금하기로 결정한다.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받게 될 보상과 목표 금액, 그리고 모금 기간을 결정한 뒤 이를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1달이 약간 넘는 펀딩 기간 동안 목표금액($100,000) 100배가 넘는 $10,266,845의 펀딩에 성공한 것이다. (총 참여자 68,929) Allerta는 이를 통해 통해 개발비 및 제작비는 물론 자신들의 제품을 받아 사용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게 될 수만명의 소중한 고객들을 얻게 되었다. 지난 봄, 크라우드펀딩의 역사를 새로이 쓴 페블 (Pebble)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 최대 규모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는 현재까지 영화와 게임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장르의 2만여 개의 프로젝트가 제안되었으며 이중 절반에 가까운 프로젝트가 목표 모금액을 초과 달성하여만 개의 꿈과 아이디어가 실현되었다. 킥스타터의 놀라운 성과에 힘입어 이와 유사하거나 일부 장르나 시장에 특화된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500개에 가까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음.) 지난 4월 미국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주주 모집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JOBS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 Act가 의회를 통과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여러 나라들도 유사 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예정이다.


크라우드펀딩의 발전 배경                                                                                                                  

크라우드펀딩은 제작비나 개발비 등의 프로젝트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가와 창작자를 소규모의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대중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이다. 프로젝트 제안자가 제시한 기한 내에 목표 금액이 달성되면 제안자는 수수료 일부를 제외한 금액을 제공받게 되고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은 투자한 금액에 따라 제안자가 약속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목표금액에 달성하지 못했을 시에는 모금액을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이러한 형식의 시스템이 세상에 처음 소개된 것은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모아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크라우드소싱 (Crowdsourcing)은 이미 널리 알려진 개념이며 일반 대중들이 지불하는 소규모 금액을 모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싱도 상당한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가보면 모차르트나 베토벤과 같은 음악가들도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작품을 먼저 받아보기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일정 수준의 금액을 지원받은 후에야 작업에 착수하였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협력 모델인 두레나 계도 결국은 크라우드펀딩과 유사한 목적과 속성을 지니고 있다. , 크라우드펀딩은 공동체의 생성 시점부터 존재해온 상호부조 (Mutual aid)의 웹 3.0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중요성                                                                                                                     

인터넷의 보급과 확산은 자발적이면서도 조직적인 대중의 협업을 더욱 촉진했다. 대중은 우매하고 편협하다는 사회학의 전통적인 입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참여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례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중의 지혜 (Wisdom of Crowd)> <위키노믹스 (Wikinomics)> 등의 책에서는 대중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온라인 시대의 새로운 문화로 선언하기에 이른다. 크라우드펀딩을 이러한 절대적 흐름에서 파생된 하나의 줄기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대형 자본을 소유한 소수에 의해 움직이던 전통적인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변화보다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미래                                                                                                                        

지금까지 크라우드펀딩은 여러가지 제약 조건으로 인해 주로 구매 예약이나 기부의 형식을 통해 비영리 자선 프로젝트와 문화예술 관련 프로젝트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JOBS Act가 발효되면서 크라우드펀딩은 또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크라우드펀딩 모델 자체가 전통적인 자본시장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기존의 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 (부의 쏠림 현상, 영세 기업의 자본 조달 어려움 등)을 해소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비영리 및 문화예술 분야를 넘어 제조, 서비스업은 물론 교육, 정치 등의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가 선행되어야 하며 투자자 보호와 제도적 지원을 위한 기틀이 확실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금을 모집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모델로 진화, 발전해야 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깨어있는 대중의 조직적인 힘, 그리고 그것을 대변하는 소규모 자본의 집결은 분명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것이다. ‘함께 티끌 모아 태산’, 크라우드펀딩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 .   

 

*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 킥스타터 (kickstarter.com):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 셀러밴드 (sellaband.com): 음반 제작 중심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 쿼키 (quirky.com): 아이디어 기반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 텀블벅 (tumblbug.com):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 류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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