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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 <트로이>, 애니메이션 <뮬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작품들이 각 나라와 지역의 신화를 그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서대로 북유럽, 그리스로마, 중국, 일본) 위의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신화는 대표적인 문화원형*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소설,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에서 핵심적인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위의 작품들과 유사하지만, 우리에게조차 친숙하지 않은 동양신화, 더 나아가 한국의 민족신들을 그 소재로 하는 파격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신과 함께>는 웹툰계의 또다른 신화가 되었다.

 

신화의 귀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저명한 인문학자로서 신화비평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 질베르 뒤랑(Gilbert Durand, 1921~ ) 신화의 귀환 선언하며 신화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를 근원적 측면(인류의 본성과 원형, 생명력과 활성) 기능적 측면(상상력, 이미지, 스토리)으로 구분하여 설명했다. 토마스 불핀치 (Thomas Bulfinch, 1796~1867) <신화의 시대 The Age of Fable>(1855) 통해 그리스로마신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되기 이전까지 신화가 고전 연구가의 전유물이자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로 취급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위상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그러나 아직 신화의 귀환이 완전한 형태로 마무리 것은 아니다. 현재의 신화 체계는 그리스로마 중심의 서양(유럽)신화를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때문에 서양 못지 않게 깊은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동양의 신화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동양신화 전문가인 정재서 교수 (이화여대) 신화를 상상력의 뿌리라고 했을 , 동양신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는 것은 세계 인류의 상상력 중에서 반쪽 밖에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신화에 대한 관심 부재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민속신들을 소재로 웹툰 <신과 함께> 성공은 우리의 상상력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가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될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신화 창조, 웹툰 <신과 함께>                                                                                                      

국내의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3(2012-2012) 간 총 3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에 걸쳐 연재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독자와 전문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2012년 말 연재를 마무리할 때까지 평균 평점 9.9(10점 만점)을 기록했으며 2010년 독자만화대상에서 온라인만화상을 시작으로, 2011년 부천만화대상 우수이야기만화상, 대한민국 컨텐츠어워드 만화대상 대통령상, 독자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 발표된 한국만화 명작100선에서는 가장 최신작으로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현재 일본의 유명 만화 잡지인 <영 간간>에서 리메이크되어 연재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만추>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연재가 완료되어 유료로 전환된 이후에도 그 인기는 식지 않았다. 2013 1,2월의 2개월 동안 총 5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통해 3,77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원고료 외 파생 상품 등 추가 수익으로만 2,31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재 중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웹툰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흥행의 원동력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확신과 철저한 준비로 새로운 길을 개척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요소는 일반인들이 흔하게 접할 수 없었던 한국의 신화를 다루었다는 점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발을 내딛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동시에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무궁한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주호민 작가가 한국의 신화를 소재로 새로운 웹툰을 연재한다고 출사표를 던졌을 때 주변의 지인들조차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작가 본인을 포함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멋진 결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가 스스로가 확신을 가지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철저하게 한국 신화에 파고들었고 연재를 시작하는 시점에 이미 3년 간의 연재에 대한 구상이 끝나있었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확신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걸어나갈 때 다른 경쟁사들이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39세의 나이에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안경점 사업을 하기 위해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던 박익성 회장이 잠비아를 목적지로 선택한 단 하나의 이유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국가가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안경점 사업을 성공시킨 박 회장은 10여 년이 지난 현재 잠비아에서 건설 사업 및 금광 개발 사업을 하는 거물급 기업가로 성장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확신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개척해 나간 까닭이다.  


신화적 상상력과 현실적 소재의 절묘한 조화                                                                                            

또 다른 인기 요소는 신화적 상상력과 스토리의 힘을 현실적인 소재와 절묘하게 엮은 기획력에 있다. 기존의 신화를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면 신화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교양서적에 불과하겠지만 그 이야기들을 재료로 삼아 현재의 상황과 소재에 맞춰서 재구성을 하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로 탈바꿈하게 된다. 1부 저승편에서 다루는 저승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신화적 상상력과 스토리를 그 기반으로 하지만 그 컨텍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짓는 죄와 그 죄를 저지르게 되는 사회적 구조를 그림으로써 이야기의 차원을 확장했다. 2부 이승편에서도 중요 소재인 가택신**을 용산참사 등의 재개발 문제와 엮음으로써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에 성공한다. 이외에도 작품 곳곳에서 신화적 요소와 현대적 디테일을 잘 융합시킨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브랜드스토리텔링의 경우에도 한 브랜드 (또는 기업)가 지니고 있는 핵심적인 메시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황적 특수성을 고려한 디테일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2012년 기준)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의류 브랜드이자 (2013년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된 나이키의 대표적인 캠페인인 나이키 위런(Nike We Run)”***의 경우 나이키의 핵심적 브랜드 가치인 도전과 승리가 잘 녹아있음은 물론이고 운동을 통한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의 기호를 간파한 최고의 작품으로 핵심과 디테일의 멋진 조화를 보여주었다.


향수와 위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법                                                                                              

주호민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 신화를 작품의 소재로 삼은 이유를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라고 밝히면서 결국 <신과 함께>를 통해서 독자에게 주고 싶은 정서는 위로였음을 고백했다. 향수와 위로, 이 마법과 같은 두 단어가 결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닐까? 고객들의 마음을 두드리기보다는 주머니를 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하루빨리 이 마법 같은 비밀을 깨우치길 기대해 본다. .


* 문화원형: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 형성의 근간이 되는 인간 내면의 원초적 관념이나 이미지

** 가택신: 집안을 지키는 신을 의미

*** 나이키 위런 캠페인: 전 세계 32개 도시, 395,500명의 참가자들이 371Km 잇는 지상 최대 규모의 러닝 대회. 2012년 서울 대회의 경우 3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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