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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그리고 음식은부드러운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힘은 분노, 슬픔, 긴장, 걱정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누그러뜨리고 즐거움, 기쁨, 흥분, 평온함처럼 긍정적인 감정들을 돋운다. 그리고 그 힘은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더 강해지는 법. 우리가 이야기를나눌때 그 시공간이 확장되듯이 음식을나눌때에는 감정의 치유와 전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밥 한끼 먹자는 말에 우리가 위로를 받고 또 요리와 음식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던 이유다.  

 

작지만 실력있는 노포(老鋪) 같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

2014년 개봉하여 트라이베카영화제, 뉴포트비치영화제 등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 그 진가를 증명한 <아메리칸 셰프>. 일단 출연진의 훌률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겸 배우이자 아이언맨 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존 파브로가 각본, 감독, 주연의 1 3역을 소화한 이저예산영화에 더스틴 호프만,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어 주니어 등의 특급스타들이 조연급으로 출연, 영화를 빛냈다. 꼭 최고급 식자재를 고집하는 골목길의 실력있는 노포(老鋪)를 보는 듯 하다.

 

위대한 영웅의 위기 극복 스토리전개는 어느 정도 뻔하지만, 영화 곳곳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영화의 가치를 보여준다. 사람들을 즐겁게하는 음식의 매력에 푹 빠져 요리의 길에 들어선 칼 캐스퍼는 고향 플로리다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LA의 고급 레스토랑에 셰프로 입성하지만 요리에 매달리다 가족과의 관계를 잃고 만다. 설상가상,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도 납득 못할 요리로 유명 음식 블로거에게 혹평을 받게 된다. 인신공격적 평가에 분노한 칼은미숙한 사용이 시발점이 되어 트위터로 설전을 벌이게 되고 욱하는 성격을 이기지 못해 결국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모든 것을 잃은 칼은 전처 이네즈의 응원과 배려로 쿠바노(쿠바 샌드위치)를 주력 메뉴로 하는 푸드트럭 '엘 쉐피(EL JEFE)'를 런칭하고 그 동안 서먹했던 아들 퍼시와 함께 플로리다를 시작으로 LA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푸드트럭 전국일주를 떠난다. 칼의 멋진 요리 실력으로 완성된버터 등뿍, 치즈 듬뿍쿠바노는소셜 미디어 천재퍼시의 활약을 통해 SNS를 뜨겁게 달궜고엘 쉐피는 가는 곳마다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또다른 셰프 백종원의 활약: 손쉬운 메뉴의 매력 

칼이에서는 프로, ‘소셜 미디어앞에서는 아마추어인현실적인 캐릭터였다면 최근 대한민국쿡방(요리 방송 프로그램)’ 열풍의 핵심인백주부백종원은소셜 미디어모두를 사로잡았다는 점에서비현실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등 각종 요리 방송 프로그램의 중심 캐릭터로서 대중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백주부가 소개하는 요리법은 누구나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집안 곳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그럴듯해 보이는 요리를 완성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나도 저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피어오른다. 만들어보고 싶기는엘 셰피의 쿠바노도 마찬가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싶다면 이들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푸짐한외모와가벼운메뉴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칼과백주부의 닮은 꼴 성공 뒤에는 모두소셜 미디어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칼의 아들 퍼시는 트위터는 물론 페이스북과 바인을 활용하여엘 셰피가 온라인 핫이슈으로 떠오르는 데에 훌륭한 불쏘시개 역할을 해냈다. ‘백주부 1인 인터넷 방송 형식을 차용한 마리텔에서 가장 돋보인다. 실시간 채팅방에 들어온 시청자들의 자극적인 반응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유연하게 응수해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것.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비결이 숨어 있는 것일까?

 

첫째, 위기를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도전정신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된다. 칼은소셜 미디어상에서의 실수로 직장까지 잃는 위기에 빠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착수했다. ‘백주부는 본인의 결혼과 관련한 온라인 상의 루머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피하지 않고 방송 출연을 결정, 위기를 돌파하는 데에 성공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기 원한다면 일단 무엇이든 시작해야 한다.   

 

둘째, 진심과 경험의 힘이다. 칼이 푸드트럭의 주력메뉴로 쿠바노를, 전국일주의 시작점으로 플로리다를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쿠바노와 플로리다가 본인의 초심을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설탕이 난무하는백주부의 레시피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진심과 경험이 듬뿍 담겨 있는 까닭이다. 유행만을 따라하고 허세를 부리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결국 독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는 결국 사람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

각양각색 음식 프로그램의 유행은 따뜻한 위로와 즐거운 나눔이 부족한 이 시대의 불안함을 반증한다. 진솔한 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소셜 미디어의 범람 또한 마찬가지다, 혼자서만 뽐내고 허세부리는 소셜 미디어라면 혼자서 먹는 최고급 코스 요리와 다를 바가 없다. 맛이야 있겠지만 의미는 없을테니까. 소셜 미디어는 결국 사람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너와 나눠 먹은 떡볶이가 이야기가 되는 곳,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소셜 미디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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